내용요약 집권 3년차 맞은 尹 정부, 타협 없는 강대강 정국에 피로감
與 "총선용 의회폭거·입법폭주" vs 野 "거부권 남발에도 정도가 있어"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집권 3년차 새해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국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3개월 여 앞두고 야당과 정부·여당과의 입법 대결이 반복되자 거부권 카드를 일상화하면서다.

대통령실은 지난 9일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태원 특별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이른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주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특거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이후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야당의 거부권 행사 유도에 대한 대응 고민이 길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야 대립 구도를 해소시켜야 할 윤 대통령이 제한적으로 행사해야 할 거부권 카드를 일상화하면서 극한의 협치 실종 사태를 중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거부권 카드는 국회 입법권에 이의를 제기하며 돌려보내는 극단적 조치로 민주주의 정착과 맞물려 극히 예외적으로 행사돼 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8건에 달한다. 최근 정부 이전 고(故) 노태우 대통령이 7건으로 가장 많았고, △노무현 대통령(6건) △박근혜 대통령(2건) △이명박 대통령(1건) 순이었다. 김영삼·김대중·문재인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국내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직무 수행을 긍정 평가한다’는 응답은 33%였다. 긍정 평가 이유는 △외교(23%) △경제·민생(6%) △국방·안보(5%) 등이었다.

반면, 부정 평가는 59%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경제·민생·물가(16%) △거부권 행사(10%) △외교, 소통 미흡(이상 7%) △독단적·일방적, 전반적으로 잘못한다(이상 6%) 등이 꼽혔다.

최근 야당이 이태원 특별법을 단독으로 통과시키자, 대통령실은 "여야 합의 없이 또다시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14일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은 의회의 전통과 관행을 들먹이지만 국회를 통과한 법안들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계속해서 짓밟히는 것도 전통과 관행인가"라며 "양곡관리법·간호법·노조법·방송법·배우자의 주가조작 범죄의혹을 밝히자는 특검법까지 국민의 요구를 거부하고 거부권을 남발하는 것에도 정도가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그저 총선 승리만을 위해 헌법을 통째로 무시하고 입법권을 악용하는 것은 무책임한 선동이다"라고 재차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집권 이후 협치 악화를 나타낸 불명예 기록들을 차곡차곡 쌓는 중이다. 거부권은 이미 3개 전임 정부 기록을 넘어섰고, 잔여 임기 동안 행사 횟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미 헌정사 초유의 야당 불참 대통령 시정연설, 헌정사 최초 장관 탄핵소추 등이 벌어졌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여야 협치를 이끌어내기보다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거대 야당과 협의해야 했지만 이를 외면하면서 강 대 강 대치만 유발시켰다는 평가다.

최근 윤 대통령은 민생·경제 등을 내세워 타협에 나섰지만 연이은 거부권 행사로 여야 대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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