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호 법무법인 유준 변호사
박용호 법무법인 유준 변호사

[한스경제/ 박용호 변호사] 이사는 기업(주식회사)의 필수기관이자,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회사의 주요 의사를 결정한다. 각종 권한이 주어지나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도 뒤따른다. 최근에는 ESG 경영이 일상화되면서 지배구조 측면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환경 등 ESG 전 분야에 걸쳐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그 구성원인 이사 역시 기존의 법령상 책임과 의무에 더해 경영 전반에서 ESG를 고려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ESG 경영으로 이사가 겪는 어려움은 다양하다. 고려해야 할 사항과 요구되는 역할이 과거에 비해 늘었고, 여기에 이해관계자인 기업의 임직원, 주주 등 ESG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관리 감독하는 것도 이사의 몫이다. 따라서 ESG 경영에 있어 이사의 부담이 이전보다 배가됐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 주목해야 할 판결이 있다. 대법원은 입찰 담합 관련 이사들의 책임이 문제 된 사건에서 ①사외이사 등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도 스스로 법령을 준수해야 할 뿐 아니라 대표이사나 다른 업무담당 이사도 법령을 준수하여 업무를 수행하도록 감시·감독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②대규모 회사에서 대표이사나 일부 이사들만이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모든 이사는 적어도 높은 법적 위험이 예상되는 업무와 관련해서는 적절한 형태의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여 작동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감시의무를 이행하여야 하며, ③이사 또는 이사회에 보고되지 않고 담당 본부장의 책임 아래 위법행위가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감시의무를 면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79347 판결).

이사의 감시의무가 더욱 엄격해지고 강화됐음을 알 수 있는 판결이다. 단 모든 ESG 리스크가 법제화된 것은 아니므로 ESG 리스크 전반에 대해 이사의 감시의무를 엄격하게 인정하고 위반 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ESG 경영으로 이사회가 관리 감독해야 하는 영역이 대폭 확대되는 만큼, 이사 역시 감시의무 위반으로 인한 법적 쟁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부인할 수 없다.

ESG 경영으로 이사가 부담해야 할 위험성은 또 있다. ESG 관점에서 타당한 의사결정임에도 여전히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甲 주식회사의 이사회에서 주주 중 1인인 乙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기부행위를 결의하였는데, 甲 회사가 이사회 결의에 찬성한 이사인 丙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안에서, "이사회 결의는 폐광지역의 경제진흥을 통한 지역 간 균형발전 및 주민의 생활향상이라는 공익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졌고, 기부액이 甲 회사 재무상태에 비추어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기부행위가 폐광지역 전체의 공익 증진에 기여하는 정도와 甲 회사에 주는 이익이 그다지 크지 않고, 기부의 대상 및 사용처에 비추어 공익 달성에 상당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丙 등이 이사회에서 결의를 할 당시 위와 같은 점들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丙 등이 위 결의에 찬성한 것은 이사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에 위배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9. 5. 16. 선고 2016다260455 판결). 

즉, 甲 주식회사의 이사들은 ESG 관점에서 타당한 의사결정을 했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사의 법정 의무나 책임이 면제되지 않았고 심지어 회사의 이익을 위하지 않았다는 취지에서 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된 것이다.

ESG 경영에 있어 이사는 주주뿐 아니라 임직원,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할 것을 요구받는다. 현행 법체계에서 이사가 ESG 관점으로 적합하게 의사결정을 했어도 사후에 그로 인한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리스크에 직면한 것이다.

딜레마다. 이사들은 해야 할 역할은 많고 책임은 무거우며, 주주 중심으로만 활동해도 이해관계자 중심으로만 활동해서도 안 된다. ESG 경영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하고 관련 법령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이사들은 이 같은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간 생각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도전이다. ESG 경영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라면 이는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는 아닐까. ESG 경영을 실천하는 이사들의 고민이 깊다.

박용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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