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세훈 한스경제 ESG경제부장

[한스경제=양세훈 부장] “여기서 드시면 안 됩니다.” 

일회용 용기에 담긴 커피를 건네받고 잠깐 의자에 앉은 지 1분. 매장 직원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무표정한 표정으로 한마디 내뱉었다. 말은 단호하고 매정했다. 주위 시선과 민망함에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지만 “죄송합니다”라는 한마디만을 남긴 채 냉큼 거리로 나와야 했다. 죄인이 된 기분이다. 

많은 것이 불편해졌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실 수 없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았다는 이유에서다. 19세기에 처음 발명됐다던 종이빨대가 다시 등장했다. 종이 표면을 따라 흡입되는 음료의 청량감은 플라스틱 빨대보다 못하다. 눅눅하고 흐물흐물하다. 비좁은 주방 한쪽에는 종이와 플라스틱을 분리하는 재활용 수거함이 자리를 차지한 지 오래다. 편하게 오갈 수 있던 집 앞 편의점도 이제는 장바구니를 들어야 물건을 담아 올 수 있다. 시계가 거꾸로 흐르는 것일까. 

“문제는 과도한 규제라고 봅니다.” 

탄소중립과 관련한 토론회에 참석한 산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은 푸념을 한다. 제조업이 많은 국내 산업의 특성상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과도한 규제가 오히려 국내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더 필요할 뿐 탄소중립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한목소리를 낸다. 반대가 없는 불만 가득한 동의다. 

기후위기는 결국 규제가 됐고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결정하는 숙제가 됐다. 실제로 많은 나라들이 자국보호주의로 돌아서면서 문을 잠그고 있다. 천연자원과 에너지는 가장 강력한 전쟁 무기가 됐다. 세계 경제가 쪼개지고 신냉전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시범 시행을 앞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대표적인 규제로 꼽힌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들의 장벽은 더 높아졌고 철저한 검증과 실행을 요구하고 있다. 

위기에는 빠른 대응이 답이다. 다행히 그땐 몰랐던 그분(?)도 이제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안다. 자연스럽게 스코프 3(Scope 3, 기업의 모든 가치사슬의 탄소배출)도 알 것이다. 기업들은 더 잘 안다. 그래서 RE100 가입을 서두르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탄소중립을 주요 목표로 내세운다. 끊임없이 탄소중립과 관련된 신기술·신제품이 쏟아지고 조금은 불편하지만 탄소배출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생활 습관에 우리는 익숙해졌다. 

이런 인류의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보고서가 최근 발간됐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 국립해양대기국(NOAA),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공동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의 정책이 지금과 같이 유지된다면 지구 오존층이 2040년대까지 1980년대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극과 남극은 훼손이 심하지만 각각 2044년과 2066년까지는 해당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봤다. 고무적이다.

반면 ‘티핑 포인트(임계점)’가 불과 3년밖에 안 남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해 WMO와UNEP이 설립한 협의체 'IPCC'가 분석한 보고서는 현재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파리협정에서 이번 세기까지 제한하기로 한 '1.5℃'에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임박 시한은 보고서 발행 당시를 기준으로 3년에 불과하다. 또한 IPCC 6차평가보고서는 21세기 말, 전 세계 평균기온은 온실가스 배출 정도에 따라 1995~2014년 대비 1.9~5.2℃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구 온도가 최후 임계점에 도달하면 기후재난은 지금보다 더 빈번하고 강력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희망과 위기가 공존하는 시대다. 그래서 모두가 아우성이다. 기후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견뎌야 하고 신기술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여기에 보이지 않는 장벽과 규제가 더 큰 아우성을 일으킨다. 그래야 변화를 이끌고 사회구조가 바뀐다. 총성은 울렸고 지구와의 공존 여부는 우리의 노력에 달렸다. <한스경제>가 1.5°C HOW 캠페인에 나서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슬로건은 “Earth Together, Act Net Zero”다. 쉬운 우리말로 “지구와 동행하기 위한 탄소중립(넷제로) 운동”이라는 뜻이다. 1.5°C HOW 캠페인이 전 국민이 함께하는 아우성이 되길 희망한다. 

 

양세훈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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