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월드컵 무대에서는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처음 도입
실제로 골키퍼가 유리... 심리적인 요인이 성공 여부에 작용
카타르 대회에서는 크로아티아, 모로코가 승부차기 끝에 8강 진출
승부차기는 잔인한 확률 싸움인 '러시안룰렛'에 비유되기도 한다. /연합뉴스
승부차기는 잔인한 확률 싸움인 '러시안룰렛'에 비유되기도 한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승부차기에 무승부는 없다. 승자가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한다. 1994년 미국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를 실축한 로베르토 바조(55·이탈리아)는 “승부차기에서 골을 넣었을 때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지만, 실축은 모두에게 영원히 기억된다”라며 그 잔인함을 역설하기도 했다. 승부차기가 잔인한 확률 싸움인 ‘러시안룰렛’에 비유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승부차기는 정규 시간 90분과 연장전 30분을 모두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승부를 가리지 못했을 때 사용되는 축구 규칙이다.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 양 팀에서 각각 5명의 선수가 골 문 앞에 선다. 가로 7.32m, 세로 2.44m인 골대로부터 11m 떨어진 거리에서 번갈아 가며 공을 찬다. 6번 키커부터는 ‘서든 데스(성공과 실패가 나뉠 경우 곧바로 경기 종료)’ 규정이 적용된다. 11명이 모두 킥을 찬 뒤에도 승부가 나지 않을 때는 1번 키커부터 다시 시작된다.

◆ 승부차기 그리고 월드컵

승부차기의 역사는 1976년 유고슬라비아 유럽선수권대회(유로)부터 시작됐다. 그 이전에는 승부가 결정되지 않았을 경우 동전 던지기로 결과를 결정하거나 재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FIFA 월드컵에서는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처음 도입됐다. 그리고 이후 1982년 멕시코 월드컵 4강전 서독(현 독일)과 프랑스의 맞대결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도 이어지고 있다.

카타르 대회 이전까지 월드컵에서 총 30차례 승부차기가 진행됐다. 아르헨티나가 가장 많은 5번의 승부차기를 경험했다. 이 중 4번 이겼다. 독일은 4번의 승부차기에서 모두 승리했다. 3번 이상 승부차기에 참여한 국가 중 유일하게 100% 승률을 기록 중이다. 반대로 잉글랜드는 승부차기만 돌입하면 약해진다. 중요한 길목마다 승부차기에서 발목을 잡히며 고배를 마셨다. 1승 3패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역시 1승 3패로 승률 25%를 마크하고 있다.

승부차기는 심리적인 요인 등이 더해지면서 골키퍼가 더 유리하다. /연합뉴스
승부차기는 심리적인 요인 등이 더해지면서 골키퍼가 더 유리하다. /연합뉴스

◆ 누가 유리할까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승부차기는 키커에게 유리하다. 키커가 강하게 찬 슛은 0.4초 만에 골대에 도달한다. 골키퍼가 한쪽 방향으로 몸을 던지는 반응 시간은 0.6초가 걸린다. 키커가 정확하게 구석으로 공을 찬다면 골키퍼가 방향을 예측해 먼저 뛰지 않고서는 막을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2010년대 후반부터는 ‘골키퍼가 공이 움직이는 순간까지 최소 발 하나는 골라인 위에 또는 그와 동일선상에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 엄격하게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키커가 더욱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골키퍼가 더 유리하다. 과학적 근거 외에 심리적인 요인이 성공 여부에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골키퍼에게는 승부차기가 진행되는 동안 5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한 번만 막더라도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키커에게 슈팅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한 번의 실패가 곧 패배로 직결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린다. 

축구 통계 전문 업체 ‘옵타’의 자료를 보면, 이번 카타르 대회 전까지 승부차기 성공률은 70.3%다. 차는 순서별로는 양 팀 5명씩의 키커 중에서 선축 팀 3번, 후축 팀 1번의 성공률이 77%로 가장 높고, 후축 팀 4번이 61%로 가장 낮다. 서든 데스 규정이 적용되는 양 팀 6번의 경우 성공률이 50%까지 떨어진다. 심리적 요인인 ‘부담감’이 뒤따른 결과다.

‘승부차기는 먼저 차는 것이 유리하다’라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월드컵 무대는 예외다. 역대 30번의 승부차기 중 선축 팀의 승률이 50%, 후축 팀 승률과 같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팽팽한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 6번의 승부차기에서는 후축 팀이 연속으로 승리를 거머쥐기도 했다.

크로아티아와 모로코는 승부차기 끝에 카타르 월드컵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모로코 선수 아치라프 하키미의 킥 장면. /연합뉴스
크로아티아와 모로코는 승부차기 끝에 카타르 월드컵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모로코 선수 아치라프 하키미의 킥 장면. /연합뉴스

◆ 카타르 월드컵에서 웃은 크로아티아와 모로코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도 승부차기에 의해 희비가 엇갈린 팀들이 나왔다. 6일(이하 한국 시각) 크로아티아와 일본의 경기에서 양 팀은 120분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승부차기에서 크로아티아가 웃었다. 3-1로 이겼다. 도미니크 리바코비치(27·디나모 자그레브) 골키퍼의 활약이 빛났다. 1번, 2번 키커의 슈팅을 모두 막아냈고, 3번 키커에게도 골문을 허락하지 않으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7일 모로코는 승부차기 혈전 끝에 무적함대 스페인을 꺾고 8강에 올랐다. 이날 승부차기에서도 수문장이 주인공이었다. 모로코 골키퍼 야신 보노(31·세비야)는 스페인의 1, 2, 3번 키커의 킥을 모두 막아내는 경이로운 선방을 보여줬다. 보노 골키퍼의 활약에 힘입어 모로코는 52년 만에 첫 8강 진출을 이뤘다.

강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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