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감각 자극하는 전용 사운드와 강력한 운동성능
사진=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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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정우 기자] 기어 셀렉터 옆에 위치한 푸른색 시동 버튼을 누르자 마치 공상과학 영화의 우주선 작동음 같은 소리가 차량이 깨어났음을 알린다. 운전자는 BMW의 전기 세단 ‘i4’가 선사하는 사운드를 통해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경험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BMW가 선보인 전기 세단 i4는 전기차 시장이 더 이상 ‘친환경’과 ‘경제성’ 키워드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는 모델이다. BMW의 상징과 같은 3시리즈가 속한 D세그먼트(중형) 체급의 전기차로 ‘드라이빙의 즐거움’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계승한다.
 
이를 가장 먼저 드러내는 부분이 소리다. 세계적 작곡가 한스 짐머와 함께 작업한 BMW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이 시동부터 주행까지 차량의 구동에 따라 운전자의 감각을 자극한다. 소리가 없는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의 드라이빙 감성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기존 통념에 도전하는 부분이다.

소리뿐 아니라 실제 주행 성능을 위한 동력 성능과 차체도 스포츠 드라이빙에 어울리도록 구성했다. BMW의 최신 전기 드라이브 트레인인 5세대 eDrive 시스템을 적용해 즉각적인 토크 발생과 넓은 영역에서의 최대 토크 유지가 가능하며 알루미늄 전단 패널과 프론트 서브프레임, 배터리를 연결하고 보강재를 더해 비틀림 강성을 극대화한 차체로 주행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i4는 패스트백 스포츠세단 4시리즈 그란쿠페와 플랫폼을 공유, 상대적으로 낮은 차체를 갖는다. 이는 무게중심과 공기역학 측면에 이점이 된다. 실제 i4의 공기저항 계수는 0.24c에 불과해 고속주행 능력과 에너지 효율에 유리하다.

사진=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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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안정성을 위한 긴 휠베이스와 넓은 윤거, 내연기관 모델 대비 차고는 약간 높아졌지만 무거운 배터리가 바닥에 배치됨으로써 무게중심은 3시리즈 대비 53mm 낮아진 점도 주행 성능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나타낸다. 아울러 리어 서스펜션에는 에어스프링을 적용해 주행 안정성과 편안한 승차감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도록 했다. 전자식 스티어링은 주행 모드에 따라 무게감이 현저히 달라지며 인위적인 느낌이 남아있긴 하지만 정확하고 편안한 조향 기능에는 아쉬움이 없다.

이 같은 구성은 실제 주행에서 분명히 효과를 드러낸다. i4 eDrive40 모델 기준 340마력의 출력과 43.85kg·m의 토크가 뒷바퀴를 통해서만 노면에 전달되는데 공차중량 2110kg의 무거운 차체를 5.7초 만에 100km/h까지 가속시키는 강력한 성능을 단단한 차체가 안정적으로 받아낸다. 앞뒤 245mm 폭의 타이어와 세련되게 조율된 서스펜션도 고속 주행과 코너링에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게 돕는다. 특히 서스펜션은 단단하게 자세를 잡으면서도 노면 요철 충격은 부드럽게 소화해 프리미엄 브랜드에 어울리는 주행감을 제공한다.

믿음직한 차체와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운전자는 i4의 가속 성능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전기차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폭발적인 가속이 이뤄진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시 머리가 젖혀지고 주행 중 추월가속도 여유롭다. 낮은 공기저항 덕분에 속도계는 고속 영역을 향해 지치지 않고 올라가지만 최고속도는 190km/h로 제한된다.

사진=BMW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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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40의 준수한 스포츠드라이빙 성능은 BMW 아이코닉 사운드 일렉트릭 기능을 활성화 하면 더욱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시동을 켜고 끌 때 뿐 아니라 가속과 감속 시에도 구동 상태에 비례하게 소리가 변화하며 피드백을 준다. 컴포트 모드에서 내연기관차의 구동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음색을 들려주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보다 고음의 미래지향적 출력음이 더해져 운전자를 자극한다. 타 브랜드 일부 전기차도 고유의 주행 사운드를 제공하지만 i4의 음색이 보다 다채롭고 풍부하며 존재감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다만 BMW 측에서 이 같은 사운드가 ‘실키식스’로 불리며 사랑받던 기존 6기통 엔진의 소리를 아쉽지 않게 할 것이라고 한 설명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구조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내연기관 소리가 엔진 회전수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과 달리 전기차의 그것은 순수하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청각 신호기 때문이다. 차량 구동 상태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기능적 역할과 새로운 감성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 다른 전기차 특징이자 i4의 인상적인 부분은 회생제동 시스템이다. 4단계 강도의 회생제동 모드를 제공하며 적응형 회생제동 모드를 활성화 하면 인공지능(AI)이 주변 교통 흐름을 파악하고 운전 성향을 학습하며 상황에 맞게 회생제동과 관성주행을 제어한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제동이 걸리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전기차의 특성에 적응이 필요한 운전자를 배려하는 부분이다. 브레이크 페달 조작을 최소화 한 ‘원 페달 드라이빙’을 보다 안정적으로 가능케 하는 기능이기도 하다. 기어 레버를 왼쪽으로 넘겨 ‘B’ 모드를 선택하면 최대 회생제동 상태가 된다.

외부 디자인은 4시리즈 그란쿠페를 이어받고 있다. 전면부는 위아래로 확 커진 키드니그릴이 프론트 패널로 자리하고 LED 헤드라이트는 보다 얇고 날카로워진 BMW의 최근 디자인이 그대로 적용됐다. 측면에서는 짧은 트렁크 리드까지 이어지는 매끄러운 루프라인과 비율이 스포티한 쿠페의 자세를 보여주며 후면은 단정한 리어램프와 과감한 하단 디퓨저가 균형을 이룬다. 공격적인 디퓨저 형태에 비해 배기구는 없다는 점이 전기 스포츠카라는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으로도 보인다.

사진=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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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도 BMW의 단정한 인테리어에서 벗어나지 않다. 간결한 3스포크 스티어링휠, 아낌없이 사용된 가죽과 단단한 소재감의 A필러·루프라이닝 직물, 빈틈없는 마감, 스포티한 시트, 전기차이면서도 기어레버를 비롯한 기존 내연기관 조작계 대부분을 유지한 모습 등이 친숙하다. 다만 시승차에는 최근의 반도체 수급난 영향으로 전자동 시트 옵션이 일시적으로 빠졌다. 넓고 깊은 트렁크는 짐을 고정할 수 있는 파티션이나 추가 수납공간, 전원 아울렛 등이 마련돼 실용성을 높였다.

12.3인치 계기판 화면과 14.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하나로 이어진 형태의 커브드 디스플레이 구성은 최근 추세에 부합하는 터치 조작식 인포테인먼트 환경을 제공한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차량 정보와 설정 기능을 제공하지만 주행 중 화면을 터치해 메뉴를 선택하고 이용해야 하는 기능은 이용하기 다소 번거롭다. 계기판 디스플레이 구성도 바꿀 수 있어 내비게이션을 중앙에 띄우고 센터 디스플레이는 다른 기능으로 이용하는 등의 활용이 가능하다. 헤드업디스플레이(HUD)는 크고 깊이 있게 비춰져 운전 중 시야에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시인성이 좋은 편이다.

보다 고성능인 i4 M50 모델은 두 개의 모터가 탑재돼 무게는 약 150kg 더해지지만 최고 출력 544마력 최대 토크 81.07kg·m를 발휘,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3.9초 만에 도달하며 최고 속도도 225km/h로 높아진다. 전용 브레이크와 적응형 서스펜션, 차별화된 내외장 옵션, M 전용 전기차 사운드도 적용된다. 출력이 높아진 만큼 국내 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29km에서 378km로 줄어든다. 

BMW i4는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쉽고 편하게 폭발적인 가속력을 다룰 수 있고 상대적으로 크고 무거운 차체로도 높은 운동성능을 보여주는 전기차 시대에 보다 본격적으로 스포츠 드라이빙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 차다. 수치적 성능뿐 아니라 주행감성 면에서도 만족감을 높임으로써 고성능 전기차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드라이빙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모델이기도 하다.

판매 가격은 i4 eDrive40 M 스포츠 패키지가 6650만원, i4 eDrive40 M 스포츠 프로가 7310만원, i4 M50이 8490만원, i4 M50 프로가 8660만원이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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